낯선 땅 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향긋한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습니다. 숙소 근처 작은 마트에 들러 바게트와 생소한 이름의 치즈, 알록달록한 채소들을 두 손 가득 담아 돌아오는 길, 문득 가슴 한켠에서 작지만 뜨거운 도전 의식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마트에서 직접 고른 이 신선한 재료들로, 서툴지만 정성껏 나만의 첫 프랑스 가정식을 만들어보자!" 그 두근거림과 어설픔, 그리고 작은 성공의 기쁨이 가득했던 순간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프랑스 마트 장보기: 싱그러움에 마음을 빼앗기다 프랑스 마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싱그러운 정원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에 압도되었습니다. 햇살을 머금은 듯 탐스럽게 익은 붉은 토마토, 짙은 초록빛 싱싱한 루꼴라, 마치 예술 작품처럼 진열된 다양한 치즈들, 그리고 갓 구워져 따뜻한 김을 뿜어내는 황금빛 바게트까지. 한국 마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재료 하나하나의 생생한 신선함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트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장바구니는 점차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져 갔습니다.
바게트 (Baguette):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프랑스 식탁의 상징 같은 빵. 갓 구워진 따뜻한 바게트의 향은 그 자체로 황홀했습니다. 에멘탈 치즈 (Emmental): 큼직한 구멍이 뚫린 노란색 치즈.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방울토마토 (Tomates cerises): 작고 귀여운 모양에 달콤함이 가득한 빨간 토마토. 아보카도 (Avocat): 부드러운 녹색 과육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아보카도. 올리브 오일 (Huile d'olive): 햇살을 머금은 듯 맑고 향긋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닭가슴살 (Blanc de poulet): 신선하고 담백한 닭가슴살.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허브 드 프로방스 (Herbes de Provence): 타임, 로즈마리, 오레가노 등 남프랑스의 향긋한 허브들이 섞인 향신료. 프랑스 요리의 풍미를 더해줄 것 같았습니다.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낯선 식재료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요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과연 프랑스 가정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재료들을 통해 나만의 작은 프랑스를 만들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였습니다.
서툰 솜씨로 완성한 프랑스식 닭가슴살 샐러드 숙소 주방에 도착해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을 식탁 위에 펼쳐 놓으니, 그럴듯한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요리를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화려한 프랑스 요리 레시피는 알지 못했지만, 프랑스 요리의 기본은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라는 어렴풋한 믿음 하나를 붙잡고 용기를 내어 첫 번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첫 번째 메뉴는, 신선한 프랑스 식재료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샐러드 드 푸아푀 (Salade de Poulet), 즉 닭가슴살 샐러드였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에멘탈 치즈와 허브 드 프로방스를 더해 보았습니다.
조리 과정:
먼저 닭가슴살을 준비했습니다. 넉넉히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허브 드 프로방스를 골고루 뿌려 간이 배도록 잠시 두었습니다. 그리고 은은한 불에서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하게 천천히 구워냈습니다. 굽는 동안 퍼져나가는 향긋한 허브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습니다. 방울토마토는 깨끗하게 씻어 반으로 자르고, 아보카도는 씨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감 덕분에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조차 즐거웠습니다. 바게트는 오븐 토스터에 살짝 데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준비했습니다. 갓 구운 빵 냄새는 언제나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싱그러운 루꼴라를 넉넉히 깔고, 그 위에 따뜻하게 구워진 닭가슴살, 신선한 방울토마토와 부드러운 아보카도
그리고 큼지막하게 깍둑썰기한 에멘탈 치즈를 보기 좋게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향긋한 발사믹 식초를 살짝 뿌려 마무리했습니다.
어설픈 솜씨지만, 제가 직접 만든 프랑스식 닭가슴살 샐러드를 완성하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투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나만의 작은 프랑스가 눈앞에 펼쳐진 듯했습니다.
느림과 여유, 프랑스 가정식이 가르쳐 준 소중한 가치
프랑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서툰 솜씨로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저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술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재료의 가치를 존중하고, 복잡한 조리 과정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단순함의 미학, 그리고 무엇보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의 삶의 태도였습니다.
바게트 한 조각을 손으로 뜯어 에멘탈 치즈를 올려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 포크로 샐러드 한 입을 깊이 맛보며 그날의 경험과 감정을 조용히 되새기는 순간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여유를 되찾아주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닌,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프랑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설렘과, 서툴지만 정성껏 음식을 만들던 그 순간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퇴근길 마트에 들러 신선한 채소를 고르고, 간단한 샐러드나 파스타를 만들어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즐기는 작은 습관은, 제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물해주었습니다.
프랑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소박한 경험은, 제게 단순한 '요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설렘, 서툰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집중의 시간, 그리고 정성껏 차린 음식을 앞에 두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식탁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프랑스에서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프랑스를 여행하거나, 혹은 잠시 머무르게 된다면, 꼭 한번 현지 마트에 들러 신선한 식재료들을 직접 골라보세요. 그리고 서툴더라도 괜찮으니, 자신만의 작은 프랑스 식탁을 정성껏 차려보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감히 추천합니다. 그 순간, 프랑스가 여러분의 일상 속으로 조금 더 가깝고 따뜻하게 스며들 것입니다.